포플러 잎새 / 이원수 포풀러 잎새 이원수 포플러 잎사귀 연둣빛이 곱구나 통통한 잎줄기 손톱으로 잘라 보면 냄새 쌉쌉한 보드라운 잎사귀는 햇빛이 배인 듯 찬란도 하구나 찔레꽃 향기는 바람에 묻혀 오고 푸른 그림자 온종일 몸짓하는 시냇가 풀 언덕에 자라가는 포플러 잎 네 싱싱한 손바닥에 글씨를 쓰고.. 시 소설 행간 모음 2017.07.10
봄 편지 / 이해인 봄 편지 이해인 하얀 민들레 꽃씨 속에 바람으로 숨어서 오렴 이름 없는 풀 섶에서 잔기침하는 들꽃으로 오렴 눈 덮인 강 밑을 흐르는 물로 오렴 부리 고운 연두빛 산새의 노래와 함께 오렴 해마다 내 가슴에 보이지 않게 살아오는 봄 진달래 꽃망울처럼 아프게 부어오른 그리움 말없이 .. 시 소설 행간 모음 2017.03.27
선운사에서 / 최영미 <2017. 2. 18. 경남 사천시 신수도> 선운사에서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 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가는 그대여 꽃이 .. 시 소설 행간 모음 2017.03.24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류시화 <지리산 법계사~천왕봉>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류시화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 시 소설 행간 모음 2016.12.23
동짓날 밤이 오면 / 김내식 동짓날 밤이 오면 김내식 호롱불 심지 끝에 하늘하늘 타는 불꽃 뚫어진 문틈으로 들어 온 황소바람에 흔들리고 아랫목은 아이들 차지 청솔가지 매운 연기에 눈물 짖는 어머니 샛노란 주둥이 떠올리며 새알 내알, 보글보글 팥죽 끓는다 윗목에 새끼 꼬던 아버지 귀신이 싫어하는 붉은 죽.. 시 소설 행간 모음 2016.12.21
들국화 / 천상병 들국화 천상병 산등성 외따른 데 애기 들국화. 바람도 없는데 괜히 몸을 뒤뉘인다. 가을은 다시 올 테지. 다시 올까? 나와 네 외로운 마음이 지금처럼 순하게 겹친 이 순간이...... 시 소설 행간 모음 2016.11.08
단풍의 이유 / 이원규 단풍의 이유 이원규 이 가을에 한 번이라도 타오르지 못하는 것은 불행하다. 내내 가슴이 시퍼런 이는 불행하다. 단풍잎들 일제히 입을 앙다문 채 사색이 되지만 불행하거나 불쌍하지 않다. 단 한 번이라도 타오를 줄 알기 때문이다. 너는 붉나무로 나는 단풍으로 온몸이 달아오를 줄 알.. 시 소설 행간 모음 2016.10.18
무식한 놈 / 안도현 <구절초> 꽃대 하나에 꽃 하나가 피고, 잎이 국화잎과 같이 여러갈래로 갈라졌다. <미국쑥부쟁이> 꽃대 하나에 여러 개의 꽃이 피고, 잎은 가늘고 길쭉하다. 무식한 놈 안도현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 시 소설 행간 모음 2016.10.12
들국화 / 이하윤 들국화 이하윤 나는 들에 핀 국화를 사랑합니다. 빛과 향기 어느 것이 못하지 않으나 넓은 들에 가엾게 피고 지는 꽃일래 나는 그 꽃을 무한히 사랑합니다. 나는 이 땅의 시인을 사랑합니다. 외로우나 마음대로 피고 지는 꽃처럼 빛과 향기 조금도 거짓 없길래 나는 그들이 읊은 시를 사랑.. 시 소설 행간 모음 2016.10.11
가을비 / 이동백 가을비 이동백 낡은 기억의 페이지로 낮게낮게 내리는 비 고독처럼 사람들을 창으로 불러낸 뒤 저 멀리 지구 너머로 낙엽들을 밟고 간다. 젖고있는 세상에는 받쳐 들 우산 없는데 나목의 긴가지 끝에서 흐느적 거리는 하늘 뚫고 마지막 남은 가을비 빗금만 치고 내린다. 시 소설 행간 모음 2016.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