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신경림 언제부터인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그는 몰랐다. ##### 신경림 시인의 「갈대」를 만나본다. 수더분한 잿빛의 머리를 풀고 강가나 들판에서 끊임없이 바람에 흔들리는, 그러다 가을도 끝나가고 겨울이 되면 그 풍성한 머리칼도 다 날아가고 앙상한 뼈마디의 손가락들만 저 칼칼한 푸른 하늘에 손을 흔들고 있는 갈대. 신경림 시인은 이 갈대를 소재로 우리네 삶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사라지지 않을 한 편의 외로움의 시편을 엮었습니다. 시란 시인이 어떤 소재를 가지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