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길 / 정호승 봄길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있.. 시 소설 행간 모음 2020.04.16
가까운 행복 / 이해인 가까운 행복 이해인 산너머 산 바다 건너 바다 마음 뒤에 마음 그리고 가장 완전한 꿈속에 어떤 사람 상상속에 있는 것은 언제나 멀어서 아름답지 그러니까 내가 오늘 가까히 안아야 할 행복은 바로 앞에 산 바로 앞에 바다 바로 앞에 내 마음 바로 앞에 그 사람 놓치지 말자 보내지 말자 #.. 시 소설 행간 모음 2019.12.31
꽃은 달려가지 않는다 / 박노해 꽃은 달려가지 않는다 박노해 눈 녹은 해토에서 마늘 싹과 쑥잎이 돋아나면 그때부터 꽃들은 시작이다. 2월과 3월 사이 복수초 생강나무 산수유 진달래 산매화가 피어나고 3월과 4월 사이 수선화 싸리꽃 탱자꽃 산벚꽃 배꽃이 피어나고 뒤이어 꽃마리 금낭화 토끼풀꽃 모란꽃이 피어나고 .. 시 소설 행간 모음 2019.12.26
겨울비 사랑/ 오보영 겨울비 사랑 오보영 네가 보고 싶어서 추운 겨울 지나기 전에 꼭 한 번은 다시 와야겠기에 비가 되어 왔단다 사실은 네게 더 좋은 모습 보여주려고 하얀 눈으로 깨끗하게 몸단장을 하고 오려했지만 쌓이고 나면 네가 하도 불편해 하길래 널 생각해서 민낯 얼굴 그대로 내달려왔단다 시 소설 행간 모음 2019.12.17
겨울나무 같이 / 정연복 겨울나무 같이 정 연 복 겨울나무 같이 살고싶다 겉보기엔 앙상한 빈가지들뿐 아무런 볼품없이 가난한 살림 같아도 한줄기 햇살의 은총에 가만히 기지개 켜고 한줄기 바람의 시련에 잠시 뒤척이다가도 이내 고요의 평화 되찾고야 마는 저 이름없는 겨울나무처럼 시 소설 행간 모음 2019.12.16
홀로 가는 길 / 유자효 홀로 가는 길 / 유자효 빈 들판에 홀로 가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때로는 동행도 친구도 있었지만 끝내는 홀로 되어 먼 길을 갔습니다 어디로 그가 가는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이따금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아도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습니다 그는 늘 홀로였기에 어느 날 들판에 그가 보이지.. 시 소설 행간 모음 2019.09.17
봄인줄 알았더니 봄인줄 알았더니 봄인줄 알았더니 봄이 아닌가 봅니다. 그저 멀리서 향기로 소리로 바람으로 그렇게 봄은 소식을 전해옵니다. 계절이 오듯 우리 몸도 우리 마음도 우리 사는 세상도 그렇게 봄이 오면 좋겠습니다. 시 소설 행간 모음 2019.03.22
스며드는 것 / 안도현 스며드는 것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애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 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시 소설 행간 모음 2019.03.21
담쟁이 -- 도종환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 시 소설 행간 모음 2019.03.06
<수필>나무 송(頌) / 이양하 <합천 해인사 가야산 소나무> 나무 송(頌) / 이양하 나무는 덕을 가졌다. 나무는 주어진 분수에 만족할 줄을 안다. 나무로 태어난 것을 말하지 아니하고, 왜 여기 놓이고 저기 놓이지 않았는가를 말하지 아니한다. 등성이에 서면 햇살이 따사로울까, 골짜기에 내려서면 물이 좋을까 하.. 시 소설 행간 모음 2018.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