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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소설 행간 모음

동짓날 밤이 오면 / 김내식

전승기 2016. 12. 21. 09:51

동짓날 밤이 오면 

 

                                          김내식


호롱불 심지 끝에
하늘하늘 타는 불꽃
뚫어진 문틈으로 들어 온
황소바람에 흔들리고
아랫목은 아이들 차지

청솔가지 매운 연기에
눈물 짖는 어머니
샛노란 주둥이 떠올리며
새알 내알, 보글보글
팥죽 끓는다

윗목에 새끼 꼬던 아버지
귀신이 싫어하는 붉은 죽을
헛간, 굴뚝, 변소 간
두루 다니며 뿌려
액운을 몰아낸다

날마다 먹는 죽
밥 달라고 투정하면
새알을 안 먹으면
나이가 제자리라니
호호 불어 식혀 먹는다

하늘나라에 눈발이 흩날리고
문풍지 부르르 떠는
동짓날 밤이 오면
산에 계신 우리 부모님
더욱 그립다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추웉 겨울 날

어머니께서 만들어준 벙어리 장갑을 끼고

추운 줄 모르고 뛰어 놀다가도

어머니께서 부르시면

불이낳게  집으로 달려오던 때가 있었다.

 

동짓날이 되면

어머님은 분주하셨다.

팥을 물에 불려

솥에 팥을 넣어 놓으면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것은 아버지 몫

 

방앗간에서 빻아온 쌀가루를

함박에 담아 물을 넣어 반죽해 놓으면

가족끼리 삥 둘러앉아 새알을 만들었다...

 

동그랗고 보기좋게 만들려면 숙련이 되어야 했다.

찌그러진 녀석, 왕사탕처럼 큰 녀석,  

메추리알처럼 삐쭉한 녀석..

어머니께서 시범을 보여주었으나

손바닥으로 요리조리 돌려보아도

어머니께서 만든 모양은 나오질 않았다.

 

그렇게 다양한 모양을 가진 새알로

팥죽을 쑤어 먹었다..

동지 팥죽 한 그릇을 먹으면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말씀도 빼놓지 않으시고...

간식거리가 많지 않았던 그 때

팥죽 한그릇은 포만감과 더불어

우리 가족을 포근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 어린 시절에는....

 

오늘 동짓날이라니 문득 옛날 생각이 난다.

항상 아궁이 차지를 하셨던

아버님은 하늘나라에 계시고...

다음 주에는 어머님을 찾아뵈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