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롭고 행복한 하루

시 소설 행간 모음 148

사려니 숲길 / 도종환

비자림로 사려니 숲길 입구에도종환 시인의 "사려니 숲길" 시비가보일락말락 음각으로 새겨져 있었다.가까이 다가가 읽어 보았지만 글씨가 너무 작아 읽기 힘들어 여기에 옮겨되새겨 보았다.사려니 숲길 / 도종환 어제도 사막 모래언덕을 넘었구나 싶은 날내 말을 가만히 웃으며 들어주는 이와오래 걷고 싶은 길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나보다 다섯 배 열 배나 큰 나무들이몇 시간씩 우리를 가려주는 길종처럼 생긴 때죽나무 꽃들이오리 십리 줄지어 서서조그맣고 짙은 향기의 종소리를 울리는 길이제 그만 초록으로 돌아오라고 우리를 부르는산길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용암처럼 끓어오르는 것들을 주체하기 어려운 날마음도 건천이 된 지 오래인 날쏟아진 빗줄기가 순식간에 천미천 같은 개울을 이루고우리도 환호작약하며 물줄기를 따라가..

봄길 / 정호승

봄길 // 정호승길이 끝나는 곳에서도길이 있다길이 끝나는 곳에서도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봄길이 되어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보라사랑이 끝난 곳에서도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사랑이 되어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봄은 / 신경림

봄은 / 신경림 봄은 남해에서도 북녘에서도 오지 않는다. 너그럽고 빛나는 봄의 그 눈짓은, 제주에서 두만까지 우리가 디딘 아름다운 논밭에서 움튼다. 겨울은, 바다와 대륙 밖에서 그 매운 눈보라 몰고 왔지만 이제 올 너그러운 봄은, 삼천리 마을마다 우리들 가슴속에서 움트리라. 움터서, 강산을 덮은 그 미움의 쇠붙이를 눈 녹이듯 흐물흐물 녹여버리겠지.

산수유꽃 피는 사연 / 이돈권

산수유꽃 피는 사연 이돈권 그대여 낙산에 오르거든 거기 피어있는 산수유꽃 보거든 왜 뜬 듯 감은 듯 피었냐고 묻지 마라 불길같이 폈다 꽃비같이 흩뿌리는 벚꽃처럼 못하냐고 묻지 마라 이른 봄 다른 꽃잎 깊은 잠에서 깨어나기 전 처음 본 이 세상 너무 눈 부셔 꿈꾸던 하늘빛 너무 푸르러 강아지 처음 눈 뜨듯 깜박거리는 아기 산수유에게 왜 그리 조는 듯 자는 듯 피었냐고 더 이상 보채지 마라

내 몸 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 김선우

내 몸 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김선우 그대가 밀어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 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 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듯이 ☆☆☆☆ 교보생명은 봄을 맞아 광화문 글판을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메시지로 새 단장했다고 밝혔다. 광화문 글판은 1991년부터 30년 넘게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를 전해오고 있다. 이번 광화문 글판 봄편은 김선우 시인의 시 ‘내 몸 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에서 가져왔다. 김선우 시인은 1996년 ‘창작과 비평’ 겨울호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첫 시집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이후 시와 소설을 가리지 않고 왕성한 작..

사랑,된다 / 김남조

사랑, 된다 // 김남조 사랑 안 되고 사랑의 고백 더욱 안 된다면서 긴 세월 살고 나서 사랑 된다 사랑의 고백 무한정 된다는 이즈음에 이르렀다 사막의 밤의 행군처럼 길게 줄지어 걸어가는 사람들 그 이슬 같은 희망이 내 가슴 에이는구나 사랑 된다 많이 사랑하고 자주 고백하는 일 된다 다 된다 ~~~~~~~~~~~~~~~~~~~~~~~~~~~~ 1960년대 대표 시인으로 꼽힌 김남조 시인이 10월 10일 오전 별세했습니다. 향년 96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