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롭고 행복한 하루

시 소설 행간 모음 146

봄은 / 신경림

봄은 / 신경림 봄은 남해에서도 북녘에서도 오지 않는다. 너그럽고 빛나는 봄의 그 눈짓은, 제주에서 두만까지 우리가 디딘 아름다운 논밭에서 움튼다. 겨울은, 바다와 대륙 밖에서 그 매운 눈보라 몰고 왔지만 이제 올 너그러운 봄은, 삼천리 마을마다 우리들 가슴속에서 움트리라. 움터서, 강산을 덮은 그 미움의 쇠붙이를 눈 녹이듯 흐물흐물 녹여버리겠지.

산수유꽃 피는 사연 / 이돈권

산수유꽃 피는 사연 이돈권 그대여 낙산에 오르거든 거기 피어있는 산수유꽃 보거든 왜 뜬 듯 감은 듯 피었냐고 묻지 마라 불길같이 폈다 꽃비같이 흩뿌리는 벚꽃처럼 못하냐고 묻지 마라 이른 봄 다른 꽃잎 깊은 잠에서 깨어나기 전 처음 본 이 세상 너무 눈 부셔 꿈꾸던 하늘빛 너무 푸르러 강아지 처음 눈 뜨듯 깜박거리는 아기 산수유에게 왜 그리 조는 듯 자는 듯 피었냐고 더 이상 보채지 마라

내 몸 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 김선우

내 몸 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김선우 그대가 밀어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 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 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듯이 ☆☆☆☆ 교보생명은 봄을 맞아 광화문 글판을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메시지로 새 단장했다고 밝혔다. 광화문 글판은 1991년부터 30년 넘게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를 전해오고 있다. 이번 광화문 글판 봄편은 김선우 시인의 시 ‘내 몸 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에서 가져왔다. 김선우 시인은 1996년 ‘창작과 비평’ 겨울호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첫 시집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이후 시와 소설을 가리지 않고 왕성한 작..

사랑,된다 / 김남조

사랑, 된다 // 김남조 사랑 안 되고 사랑의 고백 더욱 안 된다면서 긴 세월 살고 나서 사랑 된다 사랑의 고백 무한정 된다는 이즈음에 이르렀다 사막의 밤의 행군처럼 길게 줄지어 걸어가는 사람들 그 이슬 같은 희망이 내 가슴 에이는구나 사랑 된다 많이 사랑하고 자주 고백하는 일 된다 다 된다 ~~~~~~~~~~~~~~~~~~~~~~~~~~~~ 1960년대 대표 시인으로 꼽힌 김남조 시인이 10월 10일 오전 별세했습니다. 향년 96세. ###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 정현종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 정현종 그래 살아봐야지 너도 나도 공이 되어 떨어져도 튀는 공이 되어 살아봐야지 쓰러지는 법이 없는 둥근 공처럼, 탄력의 나라의 왕자처럼 가볍게 떠올라야지 곧 움직일 준비 되어 있는 꼴 둥근 공이 되어 옳지 최선의 꼴 지금의 네 모습처럼 떨어져도 튀어 오르는 공 쓰러지는 법이 없는 공이 되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