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길 / 정호승 봄길 // 정호승길이 끝나는 곳에서도길이 있다길이 끝나는 곳에서도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봄길이 되어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보라사랑이 끝난 곳에서도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사랑이 되어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시 소설 행간 모음 2025.04.03
봄은 / 신경림 봄은 / 신경림 봄은 남해에서도 북녘에서도 오지 않는다. 너그럽고 빛나는 봄의 그 눈짓은, 제주에서 두만까지 우리가 디딘 아름다운 논밭에서 움튼다. 겨울은, 바다와 대륙 밖에서 그 매운 눈보라 몰고 왔지만 이제 올 너그러운 봄은, 삼천리 마을마다 우리들 가슴속에서 움트리라. 움터서, 강산을 덮은 그 미움의 쇠붙이를 눈 녹이듯 흐물흐물 녹여버리겠지. 시 소설 행간 모음 2024.04.09
산수유꽃 피는 사연 / 이돈권 산수유꽃 피는 사연 이돈권 그대여 낙산에 오르거든 거기 피어있는 산수유꽃 보거든 왜 뜬 듯 감은 듯 피었냐고 묻지 마라 불길같이 폈다 꽃비같이 흩뿌리는 벚꽃처럼 못하냐고 묻지 마라 이른 봄 다른 꽃잎 깊은 잠에서 깨어나기 전 처음 본 이 세상 너무 눈 부셔 꿈꾸던 하늘빛 너무 푸르러 강아지 처음 눈 뜨듯 깜박거리는 아기 산수유에게 왜 그리 조는 듯 자는 듯 피었냐고 더 이상 보채지 마라 시 소설 행간 모음 2024.03.20
내 몸 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 김선우 내 몸 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김선우 그대가 밀어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 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 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듯이 ☆☆☆☆ 교보생명은 봄을 맞아 광화문 글판을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메시지로 새 단장했다고 밝혔다. 광화문 글판은 1991년부터 30년 넘게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를 전해오고 있다. 이번 광화문 글판 봄편은 김선우 시인의 시 ‘내 몸 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에서 가져왔다. 김선우 시인은 1996년 ‘창작과 비평’ 겨울호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첫 시집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이후 시와 소설을 가리지 않고 왕성한 작.. 시 소설 행간 모음 2024.03.05
가장 넓은 길 / 양광모 가장 넓은 길 / 양광모 살다 보면 길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원망하지 말고 기다려라 눈에 덮였다고 길이 없어진 것이 아니요 어둠에 묻혔다고 길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빗자루를 들고 묵묵히 눈을 치우다보면 새벽과 함께 길이 나타날 것이다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 속에 있다 ## 시 소설 행간 모음 2024.01.26
사랑에 답함 / 나태주 사랑에 답함 / 나태주 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 보아주는 것이 사랑이다 좋지 않은 것을 좋게 생각해 주는 것이 사랑이다 싫은 것도 잘 참아주면서 처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중까지 아주 나중까지 그렇게 하는 것이 사랑이다 ### 시 소설 행간 모음 2024.01.19
최고의 인생 / 나태주 최고의 인생 / 나태주 날마다 맞이하는 날이지만 오늘이 가장 좋은 날이라 생각하고 지금 하는 일이 가장 좋은 일이라 생각하고 지금 먹고 있는 음식이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 여기고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의 인생 하루하루는 최고의 인생이 될 것이다 ## 시 소설 행간 모음 2024.01.19
사랑,된다 / 김남조 사랑, 된다 // 김남조 사랑 안 되고 사랑의 고백 더욱 안 된다면서 긴 세월 살고 나서 사랑 된다 사랑의 고백 무한정 된다는 이즈음에 이르렀다 사막의 밤의 행군처럼 길게 줄지어 걸어가는 사람들 그 이슬 같은 희망이 내 가슴 에이는구나 사랑 된다 많이 사랑하고 자주 고백하는 일 된다 다 된다 ~~~~~~~~~~~~~~~~~~~~~~~~~~~~ 1960년대 대표 시인으로 꼽힌 김남조 시인이 10월 10일 오전 별세했습니다. 향년 96세. ### 시 소설 행간 모음 2023.10.11
코스모스 / 나태주 코스모스 // 나태주 코스모스꽃은 분홍 하양 어쩌다 빨강 키가 큰데 목까지 길어서 조그만 바람에도 몸을 흔들어요 살랑살랑 부는 바람 코스모스 꽃나무를 흔들어요 어디론가 떠났던 가을바람이 돌아왔어요 햇빛도 그래 그래 가을이 왔구나 함께 와서 생글생글 웃는 얼굴 좋아해요 ### 시 소설 행간 모음 2023.09.26
나하나 꽃피어 / 조동화 나하나 꽃피어 / 조동화 나 하나 꽃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다른 방식으로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 시 소설 행간 모음 2023.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