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들녁에 서서 / 홍혜리 가을 들녁에 서서 홍혜리 눈멀면 아름답지 않은것 없고 귀 먹으면 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 마음 버리면 모든 것이 가득하니 다 주어버리고 텅 빈 들녁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 스스로 빛이나네 시 소설 행간 모음 2016.09.28
상사화 / 오두영 <전주시양묘장 2016. 9. 25> 상사화 오두영 내 눈속에 그대 있고 내 마음 속에 그대 있건만 한 하늘아래 살아가도 만나지 못한 채 꽃 피고 질 때까지 울고 지내는 마음 한송이 꽃조차 보지 못한 채 푸른 잎새로 살아야만 한다네. 그리워 그리다가 여위어진 몸 찬 서리 내리는 가을날 울며 .. 시 소설 행간 모음 2016.09.28
갈대/ 신경림 갈대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 시 소설 행간 모음 2016.09.19
가을바람 / 맹은지 가을 바람 맹은지 바람이다. 날 설레게 만드는 이. 손가락 마디마디 간질이 듯 간질이 듯 머리칼 한올한올 휘감돌 듯 휘감아돌 듯 연갈빛 바람이 부는가 하면 그 바람은 이내 청량한 하늘빛이 된다. 하늘을 닮은 그 빛은 이내 시리도록 내 가슴을 파고든다. 시린 그 빛에 나는 또 한번 벅차.. 시 소설 행간 모음 2016.09.02
9월이 온다 / 정일남 9월이 온다 정일남 가는 것은 아름다웠다 기약없이 갔지만, 나는 여름을 사랑했다 이제 따뜻한 손님이 온다 가고 없는 빈 자리에 코스모스는 허약한 몸매지만 쓰러지진 않는다 자기의 생을 자기가 사는 꽃이다 가을엔 울어서는 안된다 쓸쓸한 모습을 보여서도 안된다 9월이 손에 손에 선.. 시 소설 행간 모음 2016.08.31
청포도 / 이육사 청포도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 시 소설 행간 모음 2016.07.01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 도종환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도종환 말없이 마음이 통하고 그래서 말없이 서로의 일을 챙겨서 도와주고 그래서 늘 서로 고맙게 생각하고 그런 사이였으면 좋겠습니다 방풍림처럼 바람을 막아주지만 바람을 막아주고는 그 자리에 늘 그대로 서 있는 나무처럼 그대와 나도 그렇게 있으면 좋겠습.. 시 소설 행간 모음 2016.06.29
내 마음은 / 김동명 내 마음은 김동명 내 마음은 호수(湖水)요, 그대 노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 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라. 내 마음은 촛불이요, 그대 저 문을 닫아 주오. 나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 고요히 최후의 한 방울도 남김없이 타오리다. 내 마음은 나그네요, 그대 피.. 시 소설 행간 모음 2016.06.03
수필(隨筆) / 피천득 수필(隨筆) / 피천득 수필(隨筆)은 청자 연적(靑瓷硯滴)이다. 수필은 난(蘭)이요, 학(鶴)이요, 청초(淸楚)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女人)이다. 수필은 그 여인이 걸어가는, 숲 속으로 난 평탄(平坦)하고 고요한 길이다. 수필은 가로수 늘어진 포도(鋪道)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길은 깨끗.. 시 소설 행간 모음 2016.06.03
6월 / 김용택 6월 김용택 하루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에 바람이 불고 하루 해가 갑니다 불쑥불쑥 솟아나는 그대 보고 싶은 마음을 주저앉힐 수가 없습니다 창가에 턱을 괴고 오래오래 어딘가를 보고 있곤 합니다 느닷없이 그런 나를 발견하고는 그것이 당신 생각이었음을 압니다 하루종일 당.. 시 소설 행간 모음 2016.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