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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소설 행간 모음

스며드는 것 / 안도현

전승기 2019. 3. 21. 12:35

<호주수련, 전주수목원, 2020. 7. >

 

스며드는 것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애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 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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