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롭고 행복한 하루

시 소설 행간 모음

자유를 위한 기도

전승기 2014. 11. 4. 11:32

 

 


자유를 위한 기도

 



가을이여,
내게 필요 없는 모든 잎은 떨구게 하소서-
계절이 지난 습관적인 일들을
반복하는 슬픔들을.
계속 떠올리는 이루지 못한 희망들을.,
내가 매달리는 사람 또는 소유들을-
내 가지들이 헐벗을 때까지.
어떤 것에도 매달리지 않을 때까지.

가을 하늘의 찬바람을 맞게 하소서.
이제 줄기와 잎들을 거두시고,
씨앗으로 돌아가야 할 것들은 뿌려지게 하시고,
나의 그늘도 동면하게 하소서.

몰아치는 밤바람 사이로 가르치소서-
한탄과 갈망의 열정 가운데
내려놓음의 선물을 받는 법을,
가장 풍성한 이 순간-
사과가, 무화과가, 단풍잎이, 호두가 떨어지는 방식을.

내 눈을 열어 당신의 흐릿한 빛을 보게 하소서.
당신의 얼굴을 응시하게 하소서.
비상과 추락 사이에 더 이상 차이를 느끼지 않을 때까지,
한 호흡에 영원을 발견할 때까지.
내 허파 사이로 부는 서늘한 공기의 속삭임을 들으며.

나에게 죽는 법을 보여주소서
찬란한 생생함 가운데-
노랑, 황금오렌지, 벽돌빛, 선홍빛, 그리고 갈색으로 죽는 법을.

-모즈나 나프, “환희-계절을 축하하는 순환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