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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소설 행간 모음

저 가을 속으로 - 박정만

전승기 2014. 11. 4. 08:32

 


 

저 가을속으로

 

                                                  박정만



사랑한다, 사랑한다 눈부신 꽃잎만 던져놓고 돌아서는
들끓는 마음 속 벙어리같이
나는 오늘도 담너머 먼 발치로 꽃을 던지며
가랑잎 떨어지는 소리를 낸다.
내사 짓밟히고 묻히기로 어차피 작정하고 떠나온 사람
외기러기 눈썹줄에
가을 놓아 평생 실날같은 울음을 이어 갈 것을
사랑의 높은 뜻은 비록 몰라도
어둠 속 눈썰미로 길을 짚어서
지나가는 길섶마다 한 방울 청옥같은
눈물을 놓고 갈 것을
머나먼 서역만리 저 눈부신 실크로드의
가을이 기우뚱 기우는 저 어둠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