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실 서해안에서 가장 보기 좋은 것은
개펄이다.
특히 삶이 난해한 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짙은 회색빛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겉으로 보아서는 황폐할 대로 황폐해진
흙들의 지평선, 그리고 냄새, 코끝이
얼얼해지는 갯내음 속에 서서 얼마쯤
서성이다 보면 저잣거리에 두고온
진흙투성이의 세상일들은
문득 지워지기 마련이다.
개펄 위에 숭숭 드러난 구멍속으로
게들이 들락날락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어부들이 작은 고깃배를 몰고
개펄 언덕 사이에 난 물길을 따라
바다로 나가는 것을 바라보기도 하다가,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개펄과
바닷물이 만나는 경계 지점에 서서
소라고둥이나 바지락을 캐기도 한다.
<곽재구 포구기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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