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벗 하나 있었으면
도종환
마음이 울적할 때 저녁 강물 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
날이 저무는데 마음 산그리메처럼 어두워 올 때
내 그림자를 안고 조용히 흐르는 강물 같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울리지 않는 악기처럼 마음이 비어 있을 때
낮은 소리로 내게 오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 노래가 되어 들에 가득 번지는 벗 하나 있었으면
오늘도 어제처럼 고개를 다 못 넘고 지쳐 있는데
달빛으로 다가와 등을 쓰다듬어주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라면 칠흑 속에서도
다시 먼 길 갈 수 있는 벗 하나 있었으면.
%%%%%%%%%%
'생각 꾸러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목돈과 연금의 차이점 (0) | 2023.02.15 |
---|---|
혼자 웃다 (獨笑)/ 정약용 (0) | 2023.02.15 |
주름은 미소가 머물렀던 곳에서만 생긴다... (0) | 2022.12.09 |
개펄이 만든 지평선이 보이네 / 곽재구 포구기행 중에서 (2) | 2022.11.20 |
섬...중에서 /장 그르니에 (0) | 2022.10.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