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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소설 행간 모음

시 암송 <96> 승무 / 조지훈

전승기 2026. 3. 19. 21:59


최승희(1911~1969)의 승무



불교에서 파생된 춤을 민족의 고유한 문학적
표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며, 지상의 번뇌를
표현하는 춤사위가 종교적 구원이나 예술적
승화로 드러난 조지훈의 대표시.


시 암송 ~~  " 아흔 여섯번째 "
조지훈 님의  " 승무(僧舞) "
  (1939년 12월호 "문장'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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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僧舞)   /   조지훈 (1920 ~ 1968)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니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 느낌 한마디 ■

♤내용
  "승무"는 불교에서 파생된 춤을 민족의 고유한
문학적 표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시론집 『시의 원리』에서 작자가 밝히고 있는
바에 따르면 이 작품은 오랜 시일에 걸쳐 다듬어
완성된 것으로 창작 직전에 한성준, 최승희, 이름
모를 승려의 춤을 보았다고 한다.
시에서는 승무를 추는 배경이 먼저 설정되고,
다음으로 승무가 진행되는 순서에 따라 동작이
변화되어 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고요 속의 긴장
처음 부분에서는 승무의 정적이고 절제된 움직임이
강조된다. 느리고 부드러운 동작 속에는 이미 내면의
긴장과 깊은 감정이 응축되어 있다.

--점층되는 감정과 역동성
춤이 진행될수록 장단이 빨라지고, 동작은 점점
역동적으로 변한다. 이 과정은 억눌렸던 감정이
점차 분출되는 흐름을 보여준다.

--절정과 해방
춤의 절정에서는 감정이 폭발하듯 표출된다.
그러나 그 끝은 다시 고요로 돌아가며, 일종의
해탈이나 초월의 경지에 이른다.
이는 불교적 세계관과도 연결되어, 삶의 번뇌를
예술을 통해 승화시키는 모습으로 해석된다.


♤특징
이 작품의 기법상의 두드러진 특색은 우선 시어의
세심한 선택과 감탄형 종결 어미의 적절한 사용을
들 수 있다.
‘하이얀 고깔’, ‘파르라니 깎은 머리’, ‘복사꽃 고운
뺨’ 등과 ‘나빌레라’, ‘서러워라’, ‘별빛이라’ 등이
그 구체적인 예인데, 이것들은 관습적인 기교로
전락하지 않고 개성적인 표현으로 부각되고 있다.
(참고 : 다음백과)

♤"승무"를 읽으면 마치 실제로 춤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시어 하나하나가 매우
섬세하고 절제되어 있어, 화려하지 않지만 깊은
울림을 준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절제된 아름다움’이다.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춤의 움직임을
통해 간접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더 큰 여운을
남긴다. 이는 한국적인 미의식인 ‘여백의 미’를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또한 이 시는 단순히 아름다운 장면을 묘사하는
것을 넘어서, 인간이 겪는 고통과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담고 있다.
춤이 끝난 뒤의 고요함은 마치 모든 번뇌를 내려
놓은 상태처럼 느껴져 깊은 사색을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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