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 밤 시골의 작은 간이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가난한 삶과 인간적인
연대감을 따뜻하게 그린 시.
시 암송 ~~ " 아흔 두번째 "
곽재구 님의 " 사평역에서 "
(1981.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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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평역에서 / 곽재구 (1954 ~ )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 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 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 느낌 한마디 ■
♤이 시의 표제인 ‘사평역’은 지도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시인이 체험했던 남광주역과 남도의
회진포구를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그러나 사평역은 가상의 공간이 아니다.
1980년 5월 광주민주화항쟁이 군부의 총칼에
무참히 짓밟혔던 암울한 현대사의 질곡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이다. (다음 백과 참고)
♤이 시는 눈 내리는 겨울 밤 작은 시골역에서
막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서민들의
삶과 인간적인 따뜻함을 보여 준다.
사평역에 모인 사람들은 특별한 인물이 아니라
하루의 고단한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모습에서는 삶의 피로와
가난함이 느껴지지만, 서로 같은 공간에서 막차를
기다리며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모습 속에서 묘한
정과 따뜻함이 전해진다.
특히 추운 겨울밤이라는 배경은 사람들의 외로운
처지를 더욱 잘 드러내지만, 동시에 같은 공간에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서로에게 작은 위로가
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이는 힘든 현실 속에서도
사람들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인간적인 정을
느끼게 한다.
♤이 시를 읽으며 삶이 힘들고 고단하더라도
사람과 사람이 함께할 때 따뜻한 위로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시는 쓸쓸한
분위기 속에서도 인간적인 온기를 느끼게 하는
인상 깊은 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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