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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소설 행간 모음

시 암송 <51> 국화 옆에서 / 서정주

전승기 2025. 10. 5. 23:37

임실 옥정호 붕어섬. 20251003



한송이 국화꽃이 피기까지 거쳐야 했던 오랜
아픔과 성숙의 과정을 비유적으로 형상화한 시.


시 암송 ~~"쉰 한번째"
서정주 님의  "국화 옆에서"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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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 옆에서    /  서정주 (1915 ~ 2000)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 느낌 한마디 ■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수많은 희생과 기다림이
따르기 마련이다. '국화꽃'은 시련과 고통을 강인한
내적 힘으로 인내한 긍정적인 삶의 꽃이라 할 수
있으며, '국화꽃'에서 시적 화자의 절제된 모습은
현실에의 적응과 긍정의 자세로 나타난다.
'국화꽃'과 '누님'의 모습은 어떤 환경에서도
생명력을 잃지 않는 영혼의 강인함을 드러낸다.

♤국화꽃이 단순히 봄부터 자라 가을에 피는 것이
아니라, 소쩍새 울음부터 천둥, 무서리 등 온 우주의
시간과 이치를 모두 끌어안아 드디어 하나의 꽃,
하나의 존재가 완성된다는 깨달음이 깊게 와 닿는다.

♤주제 : 고뇌와 시련을 거쳐 도달한 생의 원숙한
아름다움, 생명 탄생의 위대함

♤내용
1연 : 소쩍새와의 인연~인고의 시작 (기)
2연 : 천둥과의 인연~시련과 성장의 시간 (승)
3연: 중년기의 원숙미 (전)
4연 : 무서리 및 시인과의 인연 (결)

♤특징
~자연물을 통해 인간의 삶을 형상화
~불교적 세계관을 보이고 있음
~국화꽃을 ‘군자’의 전통적 상징에서 벗어나
   성숙한 ‘누님’으로 새롭게 부여함으로써,
   보다 가까운 인간적 의미를 더함
~시간의 흐름에 따른 구성을 통해 생명 탄생의
   고통을 효과적으로 표현 (기.승.전.결 4단 구성)

♤이 시는 불교의 연기론(緣起論, 因緣說)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불교에서는 어떤 일이 발생한다고 할 때, 그것이
단독으로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니며, 강한 힘을
부여하는 인(因)과 약한 힘을 보태는 연(緣)과의
상호결합의 결과로 본다. 이 시에서도 국화 자체의
힘(因)과 소쩍새·천둥·무서리가 봄부터 가을까지
작용(緣)함으로써 국화가 꽃을 피우는 것이다.

♤국화는 모든 생명체의 대유이자, 나아가 생명이
그러한 아름다움으로 승화된 상태의 상징이며,
동시에 시적 자아의 '누님'과 같은 40대 중년
여인이 도달할 수 있는 원숙하고 평온한 아름다움의
상징이기도 하다.(이어령 해설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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