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롭고 행복한 하루

시 소설 행간 모음

선운사에서 / 최영미

전승기 2017. 3. 24. 10:39

 

 

                                                                                                                                         <2017. 2. 18.   경남 사천시 신수도>

 

 

 선운사에서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 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이 시는 꽃이 피고 지는 과정을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과 헤어짐에 대응시켜,

그것에서 깨닫게 되는 인간사의 진리를 표현한 작품이다.

 

1연을 보면, 이 시의 화자는 낙화의 허무함과 순간성을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과 이별로 자연스럽게 대응시킨다.

2연에서는 그러한 자연 현상을 자신의 내면에 밀착시켜, 이별의 슬픔과

고통이 순식간에 떨어지는 꽃처럼 빨리 지나가기를 희망한다.

3연에서 화자는 사랑했던 그대가 떠나갔음을 재확인하고,

마지막 4연에서는 사랑하던 사람을 잊는다는 것이 힘들고 더디다는 것을 깨달으며
시상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처럼 이 시는 이별을 경험한 화자가 선운사의 낙화를 보며,

자신의 사랑과 이별을 되돌아보고 그것에서 얻게 된 깨달음을 절제된 언어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를 통해 문학이 인간의 삶을 형상화하는 다양한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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