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나무
2017. 2. 24
제주 한라산
전세계에서 우리나라의 제주도, 지리산 노고단 임걸령,
전라북도 덕유산 등지에서만 자란다.
키는 18m에 달하며 오래된 줄기의 껍질은 거칠다.
어린가지에는 털이 약간 있으며 황록색을 띠지만
자라면서 털이 없어지고 갈색으로 변한다.
아득한 옛날 지구가 빙하기일 때
구상나무는 산 아래에서도 널리 자랐다.
그러나 빙하가 북으로 밀려나고 기온이 높아지자
구상나무는 차츰차츰 온도가 낮은 산 위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제는 더 이상 갈 데가 없는 맨 꼭대기까지 올라와 버린 것이다.
더 물러날 곳이 없으니 구상나무는 멸종위기 식물의 반열에 올랐다.
이런저런 이유로 하나둘 죽어가는 구상나무를 흔히 볼 수 있다.
한라산이나 지리산 꼭대기에서 처량하게 형해(形骸)만 남은 고사목들은 대부분 구상나무다.
구상나무를 처음 찾아내 학명을 붙이고
학회에 보고한 사람은 윌슨(Ernest Henry Wilson, 1876~1930)이다.
그는 미국의 유명한 아놀드 수목원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1915년경 제주도에서 구상나무를 처음 채집하여 1920년에 신종으로 발표했다.
이보다 앞서 우리나라 식물의 대부분을 조사하여
현대적인 분류를 한 일본인 나카이(Nakai)는
그때까지도 구상나무가 분비나무와 같은 나무로 알고 있었다.
사실 전나무, 분비나무, 구상나무는 같은 전나무속(屬)으로서
형태가 비슷하다. 특히 분비나무와 구상나무는 매우 닮았다.
분비나무는 솔방울을 이루는 비늘의 뾰족한 돌기가 곧바르고,
구상나무는 뒤로 젖혀지는 것이 차이점이다.
식물 관찰로 날을 지새운 나카이지만 이 간단한 특징을 놓치는
바람에 윌슨에게 새로운 종을 찾아내는 영광을 빼앗겨 두고두고 억울해했다고 한다.
구상나무는 키 20미터, 줄기둘레가 한 아름이
넘게 자랄 수 있으며 줄기도 곧바르다.
전나무와 마찬가지로 좋은 재질을 가지고 있어서
여러 쓰임이 있으나 벨 수가 없으니 그림의 떡이다.
한때 남한의 높은 산에는 구상나무가 숲을 이루어 자라고 있었다.
제주도 한라산에서는 해발 1,500m에서부터
산꼭대기 근처까지 군락을 이루며 자란다.
그러나 잎 속에 기름이 많이 들어 있어 안개와
빗물에 젖은 잎과 가지라도 쉽게 불에 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구상나무를 불쏘시개로 이용하여
많은 피해를 입고 있는데, 요즘에는 이런 일이
줄어들었지만 폭설로 인하여 큰 구상나무들이
많이 파괴되고 있어 보호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