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능선이 고운 덕유산 (4)
일시 : 2017. 1. 31(화)
코스 : 구천동 삼공매표소- 백련사(5.5km) - 향적봉(2.7km) - 중봉(1km) - 오수자굴(1.4km) - 백련사(2.8km) - 구천동 삼공매표소(5.5km)
거리 : 19 km (소요시간 8시간)
올해는 설명절이 이른편이었다.
설 연휴를 보낸 1월 마지막 날이기도 하고
각시 개학 하기 전 날이기도하여
방학 전에 덕유산을 다녀오자고 우겨
산행에 나서게 되었다..
일찍 서두루고 싶었으나 이것저것 챙기다 보니
8시 20분에 겨우 전주 집을 나서 무주구천동에 9시 40분쯤 도착했다.
오늘은 맑고 바람도 잔잔하여 산행하기에 딱 좋은 날이다.
오늘 산행코스는 백련사에서 향적봉으로 올라
곧바로 내려오는 것으로 계획했으나
향적봉에서 마음이 바뀌어 오수자길로
내려오면서 거리와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무주구천동 삼공탐방지원센터 들머리
평일이어서인지 산악회나 등산객이 눈에 띄질 않아
모처럼 한적한 산행을 할 것 같다.
요사이 눈이 오질 않아서인지 아니면 따뜻해서인지
길에는 눈이 별로 없다.
꽁꽁 얼어붙은 계곡에는 얼음장 위로 소복히 쌓인 모습이
제법 쌓이다 녹았다를 반복했음을 알려주는 징표이기도 하다.
길에는 쌓인 눈이 녹으면서 빙벽과 고드름이 만들어져
대한이 지나고 입춘이 다가오는 요즘...
겨울이 다 끝나고 봄으로 가는 길목인 양 착각하게 만든다.
백련사 오르는 길을 가을 단풍철에 자전거로 몇번 다녔었는데
걸어서 천천히 가기는 오랫만이다.
단풍이 물들 때 쯤 이 계곡은 구경꾼으로 시끌벅적 하던 곳인데
화려한 옷을 벗어던진 나무들은 새로운 시작을 위해
비워낸 마음으로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있다.
온통 얼어 붙어 있을 것 같은 계곡인데
얼음장 밑으로 소리를 죽여가며 물은 흐르고 있었다.
백련사 오르는 구천동 계곡길에는 내린 눈이 적당이 다져져 걷기에 편하였다.
욕심을 부려보자면 눈이 많이 와서 나무에도 길에도 수북히 쌓였으면 하는 바램이건만
이것은 인간인 나의 부질없는 욕심일 뿐이다.
행여나 날씨가 심술을 부려 바람불고 눈보라가 내쳐진다면...
오늘같이 맑고 따뜻한 날에 감사를 드려야 할 것이다.
덕유산 백련사 일주문
경내의 사찰은 단청을 새로 입혀 화려한 모습인데
일주문의 단청은 비바람을 맞은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백련사가 자리한 덕유산에는 자연의 비경을 한껏 뽐내는 8개의 계곡이 있고,
폭포ㆍ담소ㆍ기암절벽 여울이 옥같이 맑은 계류와 함께
구천동 33경을 이루며 저마다의 절경을 뽐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명성이 높은 구천동(九千洞)은 그 옛날
이 골짜기에서 9천명의 성불공자(成功佛者)가 살아,
‘구천인(九千人)의 둔지(屯地)’라는 뜻으로
구천둔(九千屯)이라 칭한 데서 비롯되었다.
우화루와 오래묵은 돌배나무
불자 9천명이 수도하며 정화시킨 구천동의 끝자락
하얀 연꽃봉오리처럼 아늑한 백련사가 자리잡고 있다.
해발 약 900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사찰인 백련사는, 신라 신문왕 때 백련선사의
은거지에 흰 연꽃[白蓮]이 솟아나와 절을 짓고
백련암라 칭했다는 창건설을 간직하고 있다.
이러한 백련사의 입지조건은 수행을 위한 최상의
은둔지가 되어, 신라시대 이래 근대까지 수많은 선사와
수도승들의 수도처로 이름이 높다.
17세기에는 구천동의 중심에 자리하면서
백여 명의 스님이 결사하여 극락정토의 왕생을 발원함으로써
수행하는 도량으로 거듭난 곳이기도 하다.
구천동에는 예로부터 14개의 사찰이 있었다는 기록과
흔적이 전하지만 모두 없어지고 오직 백련사만
남아 묵묵히 비경을 지켜가고 있다.
(출처: 전통사찰관광안내)
향적봉 오르는 길은 대웅전을 지나
요사채 뒷편 삼성각 사잇길로 오른다.
여기서부터 정상까지 약 700M를 거의
계단으로 오르는 수고로움을 해야한다.
부도전 근처에 <겨우살이>가 성탄절 장식품처럼
나뭇가지에 솜뭉치를 뭉쳐 매달아 놓은 둣하다.
나무에 풍선을 매달아 놓은 것 같기도 하고~
겨우살이는 참나무류, 물오리나무, 밤나무, 자작나무, 배나무 등에 기생하며
전체가 새 둥지처럼 둥글게 자란다.
겨우살이는 기생생활을 하지만 엽록소가 있어 초록색을 띤다.
늦겨울에 노란색 꽃을 피우며 연한 노란색 열매를 맺으며
이 열매는 동물이나 사람에게 해를 주는 독성물질이 들어있다.
그러나 겨우살이 추출액은 백혈병 혈액 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데
큰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련사에서 향적봉 오르는 길은 계단의 연속이다.
힘들면 쉬었다 가면 그만이다.
쉬면서 둘러보면 스키타는 모습과
눈 덮인 아름다운 능선이 지척이다.
동쪽 방향 조망...
가까이는 신풍령으로 이어지는 지봉과 못봉이
그 뒤로 멀리 뽀쪽하게 보이는 비계산과
오른쪽 높은 산이 황매산
드디어 주목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아름드리 <주목>이 속은 썩어 없어지고
둘레 목질부만 남아 생존하고 있다.
앞에 보이는 것이 분리된 나무인줄 알았는데
위를 보니 한나무 한통속이다.
수령이 얼마나 될까???
드디어 전망이 틔었다. 향적봉 정상부
앞 능선은 백암봉에서 내려와 횡경재에서 갈려나온 지봉과 못봉.....
왼쪽으로 대봉과 갈미봉을 지나 신풍령으로 내려간다.
멀리 가운데 높이 보이는 봉오리가 가야산이겠지...
이런 풍경에서 그냥 갈 수 없지...
향적봉쪽으로 올려다 본 하늘
향적봉에서는 사방에 높고 유명한 산이 조망된다.
특히 오늘처럼 시계가 좋은 날은 더욱 그렇다.
산에 대한 지식이 없어 설명은 할 수 없지만
어림으로 짐작은 해본다.
향적봉을 오르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으로 오는 방법이다.
곤돌라 왕복 15,000원이면 편하게 향적봉을 감상할수 있다.
이 중 대부분 사람들이 곤돌라를 이용했으리라..
향적봉 1614m
일년에 몇번씩 오는 산이지만
정상석에 대한 미련은 버리지 못했다.
이런 흔적을 꼭 남기고 싶은 심점은 무얼꼬??
그것도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
바로 내려가기가 아쉬워
코스를 변경하여 중봉 오수자굴로 하산하기로 한다.
대피소에서 늦은 점심으로 라면과 김밥을 먹고....
오늘은 날이 너무 따뜻하고 좋아 상고대가 다 녹아 없어졌다.
다행이 아직 햇빛이 닿지 않은 서쪽 사면에
상고대가 조금 남아 있어 구경이 가능했다.
덕유산의 겨울은 상고대, 눈, 바람인데....
오늘은 이 세 가지가 다 빠졌다.
날씨가 너무 좋아 상고대는 녹아 사라지고
세차게 불던 바람도 한 점 불지 않고
따뜻한 봄 같은 이런 날을 겨울에 맞이 하기는 쉽지 않다.
안성쪽 서쪽 능선에 남아 있는 상고대..
상고대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수리취>가 눈밭에 굿굿이 자태를 유지하고 있다.
산책로를 벗어난 곳의 쌓인 눈은 정강이까지 빠지고
눈 덮인 향적봉~중봉 능선에
양떼 구름이 파란 하늘을 수 놓는다.
하얀 눈을 찍어 캠버스에 그린것처럼
흰눈 위에 흰 구름이 멋지게 조화를 이룬다.
겨울철은 안개와 운무로 뒤 덮인 향적봉 능선이
오늘은 깨끗하게 벗겨지고 바람 한 점 없다.
구상나무는 주변에 경쟁자가 없어서인지 곧게 자라고 있다.
하늘이 예쁘니까 평범해 보이는 나무도 멋져보인다.
향적봉에서 중봉으로 가는 능선에서 만난 주목 고사목
바위 사이에 뿌리를 내린 주목..
백년 이상을 버티면서 살아왔을 것이다...
그래도 기죽지 않고 기품있게 자라
덕유산의 인기있는 명품 나무로 남아있다.
향적봉에서 중봉 가는 능선길
고사목 뒤로 남덕유 능선이 이어지고
그 뒤편으로 지리산 능선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가운데 높은 곳이 남덕유산과 서봉
왼쪽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곳이 지리산 천왕봉
능선길의 주목 고사목
나무에 눈이 쌓였으면 더 좋아 보일텐데...
그러나 그게 뭐 큰 대수인가?
인간의 욕심이지.
우리나라 명산의 꼭대기에는 어디에서나
이렇게 은근하게 우리를 맞아주는 나무가 있다.
바로 늙은 <주목>들이다.
비틀어지고 꺾어지고 때로는 속이 모두
썩어버려 텅텅 비워버린 몸체가 처연하다.
그런 부실한 몸으로 매서운 한겨울의 눈보라에도
여름날의 강한 자외선에도 의연히 버틴다.
굵기가 한 뼘 남짓하면 나이는 수백 년,
한 아름에 이르면 지나온 세월은 벌써 천 년이 넘는다.
수백년의 세월동안 향적봉 능선을 지켜보고 있었으리라.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더니 주목을 보는 것만으로도
경외감이 든다.
중봉에서 바라본 향적봉
향적봉을 배경으로~~
각시도 한 컷~~~
중봉 정상
향적봉과 중봉 능선은 야생화 천국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온갖 야생화가 피아난다.
이를 보호하기 위해 탐방로를 만들어 놓았다.
중봉에서본 덕유 종주능선....
줄줄이 무룡산, 남덕유산, 서봉으로 이어진다.
오수자길로 내려서면서 준봉들을 새겨본다.
3시 50분...
어두어지기 전에 주차장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서둘러야 겠다..
빠르게 2시간 30분 잡아도 6시가 넘는다...
오수자길까지 1.4km는 급경사로 빙판진 내리막길이다.
<오수자굴> 에 대한 설명은..
16세기 문인 갈천 암훈 선생의 향적봉기에 의하면
계조굴로 기록되 있었으나 오수자라는 스님이
이곳에서 득도했다는 전설이 있어 오수자굴로 불린다.
서둘러 내려온 시간이 6시 30분이다.
이미 날은 어두어진지 오래다.
주위에 등산객은 보이지 않고 가로등만이 어둠을 밝히고 있다.
해 짧은 겨울에 조금 무리한 산행이었다.
내 다리도 통증이 있는데 각시는 오죽했을까
그래도 힘든 내색하지 않고 따라준 각시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오늘 다녀온 덕유산 산행 오래 기억에 남을것이다.
오늘도 멋진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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