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뱀사골 단풍
2016. 10. 30
10월의 마지막 주에 각시와 함께 뱀사골을 찾았다.
올 가을에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요사이 흐린 날의 연속으로 맑은 가을 하늘을 볼 수 없었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햇살이 창을 두드린다.
인월 들녘은 이미 가을걷이가 끝나고
주변 산들은 색동 옷으로 갈아 입느라 여념이 없다.
열시경에 뱀사골 계곡 입구에 도착했다.
도로변 벗나무도 빨갛게 물들고
주변 산들은 온통 노랗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뱀사골 입구에서 와운마을 초입까지 계곡 가까이 나무데크를 만들어 놓았다.
와운마을에는 주민이 살기에 자동차가 빈번히 다닌다.
그런데 주민 아닌 분들도 가끔 먼지를 내며 길을 간다.
심지어는 길을 비켜달라고 빵빵 거리면서....
와운마을 올라가는 등산로에서 계곡 아래를 내려본다
계곡에 걸쳐있는 단풍이 발길을 잡는다.
지난 주에 뱀사골 단풍 축제를 열었단다.
단풍의 절정기는 지난 듯 나뭇잎이 많이 떨어지고
남아있는 것도 잎이 말라 붙어 있고
힘있어 보이는 녀석들만 우리를 반겨준다.
계곡에 붙어 있는 단풍을 줌으로 당겨 찍어보니
알아준다고 반기는 것 같다...
길은 이미 만추의 분위기를 풍긴다.
주막 옆에 바위 전망대 주변이 단풍이 멋지다.
계곡물에 빨강 노랑 물감을 떨어뜨릴 듯
파렛트에 색을 만들고 있는 것 같다.
파란 하늘에 감나무가 더욱 돋보이고
주렁주렁 달린 홍시는 까치밥으로 바닥에 떨어진다.
요즈음 잦은 비로 계곡물이 많이 불어
등산길을 걷는 내내 청량한 계곡물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계곡 위로 걸쳐있는 고운 단풍에
계곡물은 더욱 신나서 소용돌이 치며 흐른다.
뱀사골 산행은 계곡을 끼고 물소리를 들으면서
걸을 수 있어 좋다.
올 여름은 가뭄이 무척 심해 수량이 적었을 텐데
다행이 가을 들어 비가 자주 오는 바람에 이렇게
물소리를 들으니 반갑다.
올 여름에는 전국의 냇가, 강, 호수의 물이 거의 다 말라 바닥을 보였다.
지리산 계곡물도 마찬가지 였들 터...
가뭄에 나무들은 잎이 마르고 단풍이 들기도 전에 말라 떨어졌다.
나무들은 이른 겨울 준비로 잎이 초라한데
단풍을 보기위해 물려든 등산객들은 화려하기 그지 없는 복장으로
자연을 짓누르며 왁자지껄 탐방로를 활보하고 있다.
저 높은 곳에서 방울 방울 모여 이룬 물들이
어느듯 골을 이루고 계곡을 따라 흐르면서
세력을 키워나가 우람차게 바위길을 따라
여울을 만들기도 하고 소를 만들기도 하며
폭포를 만들기도 한다.
여름이면 더위를 식힐 요량으로 계곡물에 발을 담그련만
물에 손을 대고 싶지 않은 것이 벌써 추위가 찾아왔나 싶다.
차라리 사람들이 물을 멀리하니 더 맑아 보이고
소리마저 힘있게 들린다.
가까이 가지 않고 등산로에서만 바라봐도 멋지다.
등산로의 단풍은 잎을 많이 떨구었다.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걷는 발걸음이 가볍다.
잊을만 하면 계곡의 물소리에 화들짝 놀란다.
간장소까지 오르는 내내 계곡을 끼고 돌기도 하고
멀어졌다 폭포에 다가가기도 하고
숲에 묻혔다가 소에 이르기도 하고..
이게 뱀사골 산행의 묘미다.
계곡 물소리에 놀라 함박나무가 노랗게 멍들었나 보다.
그나마 생기있게 남아있는 단풍을 보니 반갑다.
올라갈 땐 가려졌던 단풍이
내려올 때 보니 햇빛을 받아 곱게 물든 자태를 뽑낸다.
얼마 남지 않은 색을 가지 끝에 매달고 있다.
나무 열매가 보라색으로 특이하고 예쁘다.
가을의 초입부터 낙엽이 뒹구는 늦가을까지
우리 산 가장자리에는 귀여운 보라색 구슬을 송골송골 매달고 있는
자그마한 나무가 눈길을 끈다.
고운 자수정 빛깔을 그대로 쏙 빼닮은,
대자연이라는 장인이 만들어놓은 아름다운 조각품의 극치다.
가을 산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작살나무> 열매가 바로 이들이다.
그래도 아직까지 남아있는 단풍은 우리에게 반가움의 대상이다.
뱀사골 단풍을 볼려면 10월 중순~하순 쯤이면 좋겠다.
단풍은 화개재부터 시작되니 몇번을 와도 괜찮을 성 싶다.
특히 높은 산의 단풍은 절정이 없다.
고도에 따라 물든 정도가 다르니 어찌 때를 맞출 수 있을까?
그 중에도 이런 단풍이 남아 있지 아니한가?
아름다운 단풍을 볼려면 나무에게 시간을 맞춰야한다.
인간의 시간에 때를 맞추면 나무들은 멀리 떠나버린다.
아름다운 단풍을 볼 수가 없다.
푸른 하늘에 비친 나무들이 곱다.
병풍교에 이르니 나뭇잎이 많이 떨어졌다.
나무들이 추위를 많이 탔나보다.
병풍교에서 병풍소 아래를 내려본다.
병풍소에서 위쪽으로 계곡을 본다.
<대팻집나무> 열매가 빨갛게 익어 보기 좋다.
나무 다듬기에 쓰이는 여러 목공 기구 중에
표면을 마무리하는 것은 대패의 몫이다.
그래서 대패는 예부터 목수들이 가장 아끼는 기구 중 하나였다.
대팻집나무는 대팻날을 보호해주고 깎을 나무와
바로 맞닿는 대팻집을 만드는 나무란 뜻이다.
대팻집나무는 너무 단단하지도 무르지도 않아
이런 목적에 적합한 나무란다.
<붉나무>가 아직까지 힘을 잃지 않고 남아있다.
어찌된 일인지 이 녀석만 이렇게 오래 자리잡고 있을까.
붉나무는 일찍 단풍이 들고 때가 되면 잎을 오므리고 잎이 쳐진다.
<큰까치수염>도 예쁜 꽃을 지우고 열매를 맺어
내년 여름을 기약하고 있다.
가을의 흔적들....
굽게 물든 단풍이 햇빛에 더욱 빛난다.
되돌아 오면서 보지 못한 단풍이
햇빛따라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낸다.
계곡의 단풍을 담아본다~~
와운교... 직진하면 천년송이 있는 와운마을로 간다.
달궁 자동차야영장도 한껏 단풍으로 물들었다.
뱀사골에서 정령치를 들러 육모정의 구룡폭포에 들렀다.
눈 내리는 겨울 날
다시 찾고 싶은 뱀사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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