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겨울 거실에 행운목 꽃이 피었습니다...
삼천원짜리 행운목 나무토막을
사다 심은지 5년여 되었을까 ..
잘 자라주어 제법 나무다운 품새를 가지게 되면서
작년부터 처음으로 꽃을 피우더니
올해도 반가운 꽃이 피었습니다.
행운목 꽃은 좀처럼 보기 어려운데
우리집에서는 일년에 한 번씩 보게되니
행운이 가득한 집인 것 같습니다.
꽃의 모양은 그리 예쁘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향기만큼은 거실을 향기로 가득 채우고도 남습니다.
꽃의 향기는 5월에 피는 라일락
향기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처음 맡은 향기는 너무 진해 거부감이 있지만
조금씩 향기를 받아들이다 보면
그윽한 맛을 간직하고 있는 꽃입니다.
행운목 꽃은 낮에는 꽃봉오리를 하얗게 부풀리고 있다가
해가 넘어가는 저녁이 되면 꽃이 하나 둘 피어
진한 향기를 우리에게 선사합니다.
한 꽃대에 여러 봉오리의 꽃이 모여 있다가
한 무리가 하루 저녁 꽃을 피우며
자신을 불태우고 사그러들어
자리를 양보하면
다음 날은 다른 무리가 어우러져
이렇게 십여 일 동안 꽃을 피웁니다.
남의 눈에 잘 띠게 화려한 모습으로
유혹하지는 않지만
담백한 모습으로
나 혼자 잘난 맛에 홀로 피지 않고
어우러져 사랑을 간직한 향기를
고요한 저녁에 풀어놓습니다.
맨처음 꽃대가 올라올 때 쯤엔가
꽃이 예쁘지도 않고 하여
꽃대를 없애버릴려고도 생각했던
내가 너무 경솔했었나 봅니다.
움츠러드는 겨울이면 찾아와주는 행운목 꽃
이제는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향기를 쫒아 모여드는 벌 나비는 없지만
묵묵히 꽃을 피어내는 행운목
하나의 꽃을 요리저리 살펴보면
꽃잎 6개 통꽃, 암술, 수술
갖출건 다 갖춘 꽃입니다.
행운목은 싱싱한 초록잎으로 향기로
우리에게 묵묵히 다가오지만
나는 어떤 모습으로 어떤 향기로
내 주위를 밝히고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되는
일요일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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