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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매산 은빛 억새 물결에 흠뻑 빠지다

전승기 2021. 10. 11. 15:16

황매산 억새 물결에 빠지다

 

2021. 10. 10.

 

위치 : 경남 산청군 차황면 법평리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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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라도 닿을 듯한 산 정상에 펼쳐진

억새평원, 황매산 억새 물결에 빠져봅니다.

 

 

가을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억새는 

바람에 하늘거리며 금빛이었다가 

은빛이었다가 변덕쟁이입니다.

 

 

어른 키보다 크게 자란 억새밭은 사람이 안에

있는지 모를 정도로 무성합니다.

 

 

축구장 40개 크기의 억새 평원은 

주변 산과 어우러져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카메라로는 이 멋진 풍경을 담을 수 없습니다.

 

 

눈에 마음에 쓸어 담습니다.

 

 

황매산 억새밭은 예전에는 목장이었답니다.

 

 

대관령 목장을 본떠 산 아래 주민들이 목장을 일궜습니다

 

 

세월이 흘러 목장은 사라지고 봄에는 철쭉이 

가을에는 억새가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눈길 주는 곳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줍니다.

 

 

황매산 정상에서 삼봉 중봉 상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황매산 정상에 오르는 계단에서 내려본 황매평원

억새 밭 사이로 실핏줄처럼 산책로가 이어진다

 

 

바람에도 길이 있었구나

휘어지면서 쓰러지면서 죽은 듯하면서

높을수록 당당히 어깨 세우는...

 

 

바람은 한 길로
억새는 수십 갈래로 흔들린다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자연의 산물

부드러운 바람에도 흰 머리를 풀어헤치고

정신없이 흔들거린다

 

 

 

억새 사이로 끝없이 길은 이어지고

양 옆에서 춤추는 발레리나처럼 춤을 춘다

 

 

모진 바람에 사그락거리며 쓰러지다가도

다시 일어나는 억새꽃

 

 

억새 사이로 듬성듬성 참나무가 멋진 그림이 되어준다

피곤해진 몸을 멈추게 해주는 휴식처이기도 하다

 

 

바람부는 언덕에 피어있는 억새꽃
귀밑머리 백발이 되도록 만년설이

녹아내릴 때까지 기다리다 지쳐
하얀 눈 빛으로 물들었나

 

 

 

미처 고르지 못한 거문고 줄처럼
어설픈 탄금소리로 어둠을 깨우려는가

 

 

각시도 억새꽃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코스모스나 해바라기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억새도 엄연히 꽃이 핀다

하나로는 외로워보이고 군집을 이루어야 아름답다

 

 

산길에서 찬바람에 나부끼면서도
자기를 잃지 않고 빛나는 억새꽃 앞에서
거센 세월 바람에 내 나약한 삶이 어떠했나
뒤돌아보게 된다

 

 

전망대로 이어지는 능선길

바람에 시달려 늘어트린 이파리

들릴락 말락 서걱거리는 소리

 

 

구름이 억새 물결처럼 밀려온다

억새 황홀경에서 가까스로 빠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