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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꾸러미

단풍드는 날 (도종환)

전승기 2013. 10. 31. 08:17

단풍드는 날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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