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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소설 행간 모음

마중물과 마중불 / 하청호

전승기 2023. 5. 29. 12:34

통영 비진도 내항



마중물과 마중불 / 하청호


외갓집 낡은 펌프는
마중물을 넣어야 물이 나온다.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 땅 속 깊은 곳
물을 이끌어 올려주는거다.


아궁이에 불을 땔 때도
마중불이 있어야 한다.
한 개비 성냥불이 마중불이 되어
나무 속 단단히 쟁여져 있는 불을 지피는 거다.


나도 누군가의 마음을
이끌어 올려주는 마중물이 되고 싶다.
나도 누군가의 마음을
따뜻하게 지펴주는 마중불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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