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과 마중불 / 하청호
외갓집 낡은 펌프는
마중물을 넣어야 물이 나온다.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 땅 속 깊은 곳
물을 이끌어 올려주는거다.
아궁이에 불을 땔 때도
마중불이 있어야 한다.
한 개비 성냥불이 마중불이 되어
나무 속 단단히 쟁여져 있는 불을 지피는 거다.
나도 누군가의 마음을
이끌어 올려주는 마중물이 되고 싶다.
나도 누군가의 마음을
따뜻하게 지펴주는 마중불이 되고 싶다.
###
'시 소설 행간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간격 / 박인걸 (0) | 2023.07.15 |
---|---|
새로운 길 / 윤동주 (0) | 2023.05.31 |
경칩 / 김명배 (0) | 2023.03.06 |
어디 우산 놓고 오듯 / 정현종 (0) | 2023.03.04 |
비스듬히 / 정현종 (0) | 2023.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