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에 명상하는 시입니다...
비스듬히
정현종
생명은 그래요.
어디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있나요?
공기에 기대고 서 있는 나무들 좀 보세요.
우리는 기대는 데가 많은데
기대는 게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니
우리 또한 맑기도 흐리기도 하지요.
비스듬히 다른 비스듬히를 받치고 있는 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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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기대어 사는 게 인생....
'비스듬히' 란 부사가 사람 인(人)을 떠올리게 한다.
'세상에 완전한 수직이나 수평은 개념으로는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반듯한 것도 조금씩은 기울러져 있다.
그것을 시인은 '생명 있는 모든 것은 조금씩이나마
기울어져 있어 다른 것에 기대지 않을 수 없다'
라고 해석한다.
시인의 말이다...
"우선 사람 사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나
인간관계에서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판단하거나 평가할 때, 말하자면 자기의 힘을
행사할 때, 어떤 수줍음 속에서 그렇게 한다면
비스듬히 행사하는 게 될 터이다.
비스듬하다는 건 마음의 넓이와 높이를 아울러
갖고 있는 움직임이며, 모든 좋은 관계나 좋은
결정은 비스듬하지 않을까.
사실 '기대기'는 다 비스듬하다.
그게 한마디 말이든 무슨 물건이든 또는
사람이든 기대지 않고는 삶이 진행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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