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산행 (7)
일시 : 2017. 2. 25 (토) 07:00 ~ 15:20
코스 : 성판악휴게소 - 진달래대피소 - 백록담 - 용진각대피소 - 관음사주차장
거리 : 19 km (8시간)
올 겨울이 지나기 전에 꼭 가보고 싶었던 한라산.
2월 11일에 계획했었으나 제주에 폭설로 입산통제되고
바다에는 풍랑주의보로 어쩔수 없이 연기하여 오늘에야 가게 되었다.
전주에서 24일 저녁 9시 30분에 출발 목포항에 11시 30분에 도착하여
25일 0시30분 배를 타고 제주에 아침 6시에 도착했다.
등산후에 오후 5시 배로 목포로 돌아오는 다소 빡빡한 일정이었다.
성판악 휴게소에 6시 45분쯤에 이르니 아직 어둠은 가시지 않고
이른 시간임에도 가족, 친구, 산악회에서 온 사람들로
주차장은 시끌벅적 하였다.
오늘 아침 날씨는 영상 1~2도로
2월 날씨치곤 바람도 없고 따뜻한 편이라
등산하기에 아주 좋았다.
남한 최고봉 한라산(1950m) 등산로는
정상으로 오르는 성판악코스와 관음사코스,
중턱을 지나는 어승생코스와 영실코스, 돈내코코스가 있다.
오늘은 종주코스로 성판악코스와 관음사코스를 연이어 걷는 것이다.
한라산 종주는 관음사입구(해발 620m)에서 출발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고도차 1320m를 올라야 한다.
또 오르락 내리락 구간도 있기에 보통은
성판악안내소(해발 750m)에서 올랐다가
관음사입구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한다.
한라산은 구간별로 엄격하게 입산을 통제하는데
겨울철엔 그 시간이 앞당겨진다. 중간 통제선인
진달래대피소(성판악 구간)나 삼각봉대피소(관음사 구간)를
낮 12시 전에 통과해야 한다.
또 정상에선 1시 30분에 하산을 시킨다.
그런 만큼 8시 이전에 산행을 시작해야 무난히 종주를 마칠 수 있다.
성판악 ~ 속밭 구간의 삼나무와 조릿대 밀집지역
이 구간은 바위 너덜길로 그리 좋지 않고 심한 곳은 나무데크를 설치해 놓았다.
성판악 등산 초입에는 <굴거리나무>가 잎을
오므린 채 많이 분포되어 있다.
이 나무는 늘푸른나무로 주로 남해안 섬 지방이나
제주도 등 난대지방에서 자라지만
내장산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다보면 만날수도 있다.
손가락 길이만 한 잎자루는 언제나 붉은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성판악에서는 추위로 잎이 잔뜩 오므리고 있었는데
관음사에서 만난 잎은 활짝 펴져있다..
온도차가 많이 나기 때문이리라.
굴거리나무의 어원으로 옛사람들은 무언가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흔히 굿판을 벌이는데,
이 나무는 <굿거리>를 할 때 잘 쓰여서
굴거리나무가 된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잎에서 즙액을 내어 구충제로 쓰이기도 한다.
<속밭 쉼터>
성판악안내소에서 1시간20분 정도 거리인
속밭까지는 아주 완만한 오르막길로 이어진다.
등산로 첫 구간에서 편하게 몸을 달굴 수 있기에
이후 구간이 상대적으로 덜 어렵게 느껴지는 게
이곳 등산로의 장점이다.
등산도 일반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웜업(warm-up)이
잘되면 자기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속밭을 지나면 해발 1,100m 고지
벌써 고도로 350m 올라왔다.
주변은 온통 조릿대 천지다.
해발 1400m 이상 고지대를 조릿대가 뒤덮으면서
다른 자생식물 고사 등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조사에 따르면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인 해발 1400m 이상
고지대 21.5㎢ 가운데 88.3%에 이르는 19㎢에 조릿대가
분포된 것으로 확인됐고,
한라산 분화구 주변과 암반지역, 습지, 인공시설물 구역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으로 조릿대가 확산돼 점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라오름 갈림길..
사라오름까지는 왕복 40분이면 다녀올 수 있다.
제주에 이주 전에 대설주의보가 내려 50cm 이상의
폭설로 쌓였던 눈이 지난 주에 내린 비로 거의 다 녹아 버렸단다.
등산로에도 눈이 없다가 진달래 대피소에 가까이
오니 얼어 붙은 눈이 아이젠을 차게 만들었다.
사라오름을 지나면 나무들이 눈에 띄게 작아진다.
고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다.
한 시간 정도 더 걸으면 진달래대피소가 나온다.
처음 만난 상고대가 반갑다.
진달래대피소 주변에 나무들이 하얗게 변신하고 있었다,
진달래대피소 앞엔 데크가 길게 늘어서 있다.
많은 등산객이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곳인데
오늘은 이른 시간으로 한가하다.
진달래대피소에서는 컵라면 등 간단한 요깃거리를 판다.
강풍으로 뿌리째 뽑힌 나무들도 보이고..
진달래대피소에서 조금 오르면 <구상나무> 군락지가 나타난다.
소나무과에 속하는 상록침엽교목으로
우리 나라의 특산종으로 한라산, 지리산.무등산,
덕유산의 높이 500∼2,000m 사이에서 자란다.
유럽에서는 한국전나무로 부르며 <크리스마스 트리>로 애용한다.
모양이 아름다워 관상수·공원수 등으로 좋으며,
목재는 재질이 훌륭하여 가구재 및 건축재 등으로 사용된다
구상나무 고사목들이 즐비하다.
각시도 전문 사진사가 되어 주변 풍경 찍기에 여념이 없다.
크리스마스트리로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나무가 한국에서만 자라는 구상나무라고 한다.
한라산의 구상나무는 밋밋하게 자라는 육지부와는
달리 줄기에 굵은 가지가 촘촘하게 붙어 있으면서
높게 자라지 않아 크리스마스트리로 제격이다.
한국전나무(Korean Fir)로 알려진 구상나무는
1920년 영국 식물학자 윌슨(Wilson, 1876~1930)에 의해
그 존재가 알려지게 됐다.
이보다 앞서 1907년 타케(Emile Taquet)와 포리(U. Fauriei)에
의해 한라산에서 채집되는데, 이 중 포리의 채집본이 당시
미국 하버드대학 아널드식물원의 식물분류학자인
윌슨에게 제공한 것이 서양으로 넘어가게 된 계기이다.
윌슨은 1917년 한라산에서 표본을 채집,
앞서 타케와 포리의 채집본과 비교하면서 신종임을
확인하고, 1920년 아널드식물원 연구보고서 1호에
이 구상나무를 신종이라 발표했다. (한국일보 참조)
안타깝게도 구상나무는 세계자연보존연맹(IUCN)에
의해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할 경우 구상나무가 영영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경고음까지 나온다.
보존대책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구상나무라는 이름은 제주인들이 <쿠살낭>이라
부르는 데서 비롯됐는데, <쿠살>은 성게를
가리키는 제주도 말이다.
구상나무 잎이 성게의 가시처럼 생겼다고 하여 불리게 된 이름이다.
해발 1800m를 넘어서면 구상나무 군락도 사라지고
이내 사진에서만 보던 둥그런 한라산 정상부가 나타난다.
여기부터 정상부까지는 나무테크를 설치해 놓아
오르기에 불편함이 없었다.
가끔 상고대도 보이고 백록담 정상은
구름에 거렸다 보였다를 반복하며 신비로움을 연출한다,
데크 쉼터에 오르니 전망이 확 트인다.
멀리 사라오름과 성판악(성널오름 1,215m) 지역이
구름에 가려 희미하게 보인다.
남서쪽 서귀포 지역도 관망해 보고..
돌과 풀이 뒤덮인 그 정상부를 비스듬히
대각선으로 올라가면 백록담이 나온다.
이 구간은 시야가 확 트인 데다 나무 데크로 연결돼
있어 편하게 사진을 찍어가며 지날 수 있다.
덕분에 힘들이지 않고 백록담 앞에 서게 된다.
정상부에는 누운향나무(눈향나무)가
바위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갑자기 구름이 몰려와
백록담 정상을 쉽게 보여주질 않는다.
분화구의 능선을 오르는 일은 힘들다.
등줄기의 땀방울을 의식하며 걸었다 쉬었다를 반복하며
감정과 버거움마저 진공으로 몰아넣는다.
기계적으로 움직인 몸이 어느새 백록담에 다다른다.
동릉 정상에 다가간다.
이미 많은 산객들이 정상을 점령하고
자리잡고 앉아 쉬고 있는 모습이다.
남쪽 방향 서귀포 방향에 구름이 멋지게 조화를 부리고 있다.
동능 정상에 서면 바로 앞에 커다란
백록담 화구호가 두 팔을 벌린 듯 펼쳐진다.
웬만한 광각렌즈로는 한번에 담을 수 없을 만큼
커다란 화구가 저절로 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분화구에 고인 물이 얼어 하트♥ 형상으로 보인다.
분화구 서쪽 릉
사진으로만 봐온 백록담 분화구다.
감회가 새롭다.
며칠전 폭설이 내린 후에는 커다른 그릇에
눈이 가득 들어 있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옛날 신선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백록을 타고
놀았다해서 백록담이라 불려졌다 한다.
한라산 백록담은 높이 1,950m이다.
이 높이를 <한번(1) 구(9)경 오십(50)시오>로
알고 있으면 기억에 오래 간다고 한다.
둘레 약 2천여미터, 깊이가 약 100여 미터의 커다란
화산호인 백록담을 한 바퀴 돌고 나면 제주 섬 해안
도로를 다 돌아다닌 것이나 진배없다.
화구호인 백록담은 제3기 말∼제4기 초에 분출한 휴화산이다.
정상에는 둘레 약 3㎞, 지름 500m이나 된다.
지형적으로 현무암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줄기는
제주도 중앙에서 동서로 뻗는다.
남쪽은 경사가 심한 반면 북쪽은 완만하고,
동서쪽은 비교적 높으면서도 평탄하다.
둔덕에 올라서면 산의 높이가 느껴지고
마치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듯한 멋진
환상을 맛보게 된다.
한라산은 천연기념물 제182호인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주위 사방에 흙붉은오름, 사라오름, 성널오름,
어승생오름 등 360여 개의 측화산을 거느리고 있다.
백록담에서 여유를 가지고 포즈를 취해본다.
어느덧 정상에는 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한라산의 색다른 장관은 정상에서 왕관릉을 거쳐
관음사로 내려가는 하산로에서 만날 수 있다.
성판악코스만 보았다면 한라산의 절반도 채 느끼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동능 정상에서 왕관릉으로 발길을 옮기면
한낮에도 하얀 눈꽃이 눈을 부시게 한다.
한라산 북사면이라 상대적으로 햇빛이 약한 데다
북서풍이 몰고 오는 구름이 쉬지 않고 얼어붙어
겨우내 눈꽃잔치를 벌인다.
눈꽃으로 장관을 이룬다.
구상나무의 눈꽃이 성게 처럼 보인다.
눈부신 눈꽃들....
왕관릉으로 다가서면 뒤쪽 백록담에서 떨어져
내린 한라산 북벽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한라산 북벽 모습
지나가는 구름이 백록담 북벽을 가려
한라산 북벽의 웅장한 암릉 모습이 선명하게 보인다.
북벽에서 장구목 이르는 능선이
멧돼지가 웅크리고 앉아있는 형상처럼 보인다.
한라산 장구목 일대가 히말라야와 같은 극지를
등반하려는 산악인들의 필수 훈련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북벽에서 장구목에 이르는 능선은
히말라야 원정을 떠나는 산악인들이 동계훈련을
하는 장소이니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듯....
그 뒤로 장구목오름에서 삼각봉으로 이어지는
능선도 이국적이다.
장구목 끝머리엔 한국인으로 에베레스트를
처음 오른 산악인 고상돈을 기리는 케언이 있다.
눈꽃은 갈길 바쁜 발걸음을 자꾸만 늦추게 한다.
아무리 시간에 쫒기어도 이런 풍경을 그냥 지나치면 자연에 대한 모독이겠지..
급경사 지역을 내려선다.
주변은 온통 눈꽃으로 장관이다.
저 멀리 눈꽃 너머로 쉼터가 보인다.
<용진각대피소> 흔적터..
<용진각대피소>는 1974년 건립되었으나
2007년 태풍 <나리>로 한라산 지역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백록담 북벽에서 부터 암반과 함께 급류가 쏟아져 내려
계곡의 지형이 크게 바끠고 용진각대피소도 흔적없이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용진각대피소는 한라산 정상인 북벽과 장구목,
삼각봉, 왕관릉으로 둘러싸여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이곳은 수직 설벽과 급사면이 발달해 겨울철
눈이 쌓일 경우 해외원정 대비훈련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다.
탐라계곡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계곡사이에
구름다리도 만난다.
비가 오고 난 후인데도 등산로 응달에 눈이 잔뜩
쌓여있는 것으로 보아 폭설로 1m 이상은 내린 듯하다.
<왕관바위>가 능선에 우뚝 솟아있다.
왕관바위 뒤로 이어지는 한라산 능선..
마치 벚꽃이 핀것처럼 흰 물결을 이루고
있는 눈꽃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눈꽃에 파묻힌 삼각봉 대피소
하산길에는 나무마다 눈꽃을 가득 안고
편안한 산책길로 맞이한다.
삼각봉대피소에서 바라본 삼각봉
뿔처럼 솟은 삼각봉 앞 대피소를 지나면
한라산 최고의 소나무숲이 등산객을 맞는다.
아열대기후에 속하는 제주도에 이런 엄청난
소나무 군락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원점비>
등반로옆에 특전용사 충혼비가 있었다.
수송기가 추락한 곳은 더 위에 있다.
충혼비에는 1982년 2월5일 한라산 1060m 고지에서
수송기 추락으로 희생된 특전용사 장병 53명을
위한 추모의 글이 적혀있다.
용암으로 이루어진 계곡...
관음사코스의 도상거리는 성판악코스보다 짧지만
체감거리는 훨씬 길게 느껴진다.
오르락내리락 구간이 있는 데다 이미 에너지를
상당히 소모한 뒤 돌길을 걷는 게 쉽지만은 않아서다.
<구린굴>
굴의 길이 442m, 진입로 너비 3m 정도의 천연동굴로
동굴을 얼음창고로 활용되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관음사 주차장으로 내려섰다.
봄날처럼 따뜻한 날 한라산을 종주한 것은 한없는 축복이고
성판악 코스는 별 감흥없이 올라갔는데
확트인 백록담을 본 것도 행운이었고
관음사쪽으로 내려서자 반겨준 눈꽃은 환상적이었다.
제주 시내에는 이른 <홍매화>가 벌써 지고 있었다.
이제 겨울도 점점 멀어져간다.
곧 꽃 소식이 묻에도 전해지겠지..
한라산의 멋진 풍광을 오감으로 느끼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힐링한 멋진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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