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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꾸러미

아버지와 조팝나무

전승기 2016. 4. 5. 14:40






아버지와 조팝나무



어린 시절 이맘 때 쯤일 것이다.

들에서 돌아온 아버지 손에는 흰 꽃이 다닥다닥 피어있는 꽃이 한 웅큼 쥐어져 있었다.

길게 늘어진 마디 마다  작은 방울처럼 흰색 꽃이 달려 있는 나무였다. 

어린 내가 보기에도 신기하고 예뻤다.

아버지는 한약을 다리는 용기에 꽃을 꽂아 안방 가구 위에 놓으셨다.

그 꽃은 며칠 동안 방안에 그윽한 향기를 뿜어냈다.

해마다 봄이되면 아버지는 잊지 않고 흰 꽃을 꺾어와 화병에 꽂아 두셨다.

나는 어디서 가져 오셨냐고 묻지도 않았다.

그런 어느해 어느날 어머니를 따라 밭을 갔었는데 그만 그 꽃이 내 눈에 들어왔다. 반가왔다.

어~ 아버지 꽃이 저기에 있네....

그 꽃은 봄이면 파가 심어져 있고, 여름이면 감자꽃이 피어나는 밭의 가장자리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마침 운좋게 꽃이 피어 있을 때 밭에 간 것이었다.

아버지는 꽃이 예뻐 한가지 꺾어와 화병에 꽂아 두셨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  아버지께서 꽃을 보지도 못하고  꽃을 꺽어오시지도 못할  무렵

내가 꽃에 관심을 가진 나이가 되었을 때 그 꽃이 조팝나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아버지는 꽃을 무척 좋아하셨다.

작은 마당에는 봄부터 가을까지 여러가지 꽃이 피어있었다..

츨장을 다녀오실 때도 어린 앵두 묘목을 가져와서 담벼락에 심어놓으셨고

봄날 장날이면 어김없이 예쁜꽃이 피어있는 화초를 가져오셨다.

어머니는 꽃을 사오실 때면 한 마디 하셨다. 또 사오셨어요?

목련, 개나리, 진달래, 연산홍, 작약....

마당 섬돌 사이에는 어김없이 채송화가 피어 올랐다. 

작은 마당에는 서로 경쟁을 하듯 화초와 나무가 어우러져 있었다.


조팝나무 꽃을 보면 아버지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아버지가 떠나간 빈 자리에 꽃을 꽂아 두고 싶다.

살아계실 때 하지 못한 말... 사랑해요...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