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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소설 행간 모음

시 암송 <83> 광야(曠野) / 이육사

전승기 2026. 1. 21. 12:41

오키나와 평화기념공원. 260115



민족의 암울한 현실을 극복하고 희망찬 미래를
맞이하려는 시인의 강인한 의지와 신념을
노래한 시.



시 암송 ~~ " 여든 세번째 "
이육사 님의  " 광야(曠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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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曠野)   /   이육사(1904~1944)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참아 이곳을 범(氾)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여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나리고
매화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曠野)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 느낌 한마디 ■

♤주제 : 암담한 현실 극복 의지와 조국 광복에
    대한 염원

♤내용 구조
태초적 황무지 → 오랜 인고의 시간 → 변화의 조짐
→ 희망의 씨앗 → 미래의 해방

♤이 시는 황량한 공간을 통해 일제강점기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광야는
절망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역사가 시작될
자리이다. 눈 내리는 추위 속에서도 매화 향기가
퍼지듯, 시인은 시련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희망을
말한다.
광야에 노래의 씨를 뿌리겠다는 다짐은 미래를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만들어 가려는 의지로 읽히며,
이 시는 오늘의 우리들에게도 인내와 신념의 가치를
전해 준다.


♤특이한 것은 제목 ‘광야’에 쓰인 한자가
‘빌 광(曠)’ 이라는 점입니다.
이는 ‘텅 비고 아득히 넓은 들’을 의미합니다.
  보통은 ‘넓을 광(廣)’을 쓸 것 같은데,
특별히 ‘빌 광’을 쓴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이에 대해서는 시에 나오는 들이 만주 벌판처럼
넓은 곳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일제에 빼앗겼던
고향의 들판을 가리킨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같은 단어라도 뉘앙스가 미묘하게 다르다는
것이지요. 물론 두 한자 모두 넓은 들을 두루
뜻하기 때문에 애써 구별할 것까지는 없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 육사는 나라 없는 세상에서 죽음으로 일제에
항거하며 웅혼한 필치로 민족의 의지를 빛낸
시인입니다. 문학사적으로도 “식민지하의 민족적
비운을 소재로 삼아 강렬한 저항 의지를 나타내고,
꺼지지 않는 민족정신을 장엄하게 노래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만 39년의 짧은 생애에 옥살이만
17번이나 하고 최후마저 감옥에서 맞았으니
기구하기 짝이 없는 삶이었지요.

그가 태어난 곳은 경북 안동입니다.
어릴 때 한학을 배운 뒤 보문의숙에서 공부했고,
1924년 일본 도쿄의 긴조예비학교 1년 중퇴 후
1925년 중국 베이징의 중국대학 상과에서 2년간
공부하다 중퇴했습니다. 이 무렵 독립운동단체인
의열단에 가입했지요.

1927년 귀국 후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 사건에
연루돼 대구형무소에서 2년간 옥고를 치렀습니다.
이때 수인번호 264를 따서 호를 ‘육사’라고
지었습니다. 출옥 후 중외일보 기자로 활동하면서
1930년 1월 3일 이활이라는 이름으로 첫 시 ‘말’을
조선일보에 발표했지요. 이 무렵에 훗날 교보생명을
창업하는 신용호에게 영향을 미쳐 독립운동자금
지원과 교육보험회사 설립을 꿈꾸도록 했다고
합니다.

1932년에는 중국 난징의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    
학교에서 수학했고 이듬해 귀국해 육사란 이름으로
작품을 활발히 발표했습니다. 1943년 다시 중국에
갔다가 돌아온 뒤 동대문경찰서 형사에게 체포돼
베이징으로 압송됐고 이듬해 광복을 1년 5개월
앞두고 베이징 감옥에서 옥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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