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귀>
차분하게 내린 비는 가만가만 대지에 스며든다.
거기에 눈까지 덤으로 내린다.
아직 다가올 막바지 추위가 남아 있기나 하는지,
지난밤에 내린 이 조용한 눈과 비는 봄비라고 할 수는
없을지 몰라도 적어도 봄을 재촉하는 비임에는
틀림없다고 느껴진다.
매번 봄이 오건만 그래도 얼었던 대지가 녹아
흙냄새를 풍기기 시작하고 유난히 모질고 힘겹던
겨울이 가는 대신 새봄이 오고 있다는 것이 새삼
감동으로 느껴진다.
땅속에선 수많은 생명들이 새 계절을 준비하느라
분주할 것이다. 땅속에선 새싹들이 삐죽삐죽 올라오고
유난히 작고 사랑스러운 봄꽃들이 피어나겠지!
제주도 한라산 자락, 눈 속의 세복수초,
서해안 섬에서 올망졸망 피어날 변산바람꽃,
야산에서 웃고 있을 진분홍빛 노루귀.
올해는 누가 먼저 꽃소식을 보낼까?
생각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퍼지고 마음은 따뜻해진다.
꽃들은 언제나 행복이다.
특히 산야에 절로 나고 지는 이 땅의
우리 꽃들은 더욱 그러하다.
그 꽃들에 눈길이 가고 마음이 열리고,
카메라 앵글을 열어 섬세하게 집중해본 이라면
그 순간이 주는 소소한 아름다움에 대한 감동,
그 감동이 잔잔하게 퍼져 다시 내가
맑아지는 느낌을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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