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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 ‘세계 책의 날’은 남자와 여자, 이성과 감성이 만나는 날

전승기 2015. 4. 23. 14:23

 

4.23 ‘세계 책의 날’은 남자와 여자, 이성과 감성이 만나는 날

-남자는 여자에게 장미를, 여자는 남자에게 책을 선물한다-

고등학교 국어, 문학 교과서에 가장 수록 빈도수가 높은 세계문학작품이 무엇일까? 거의 차이가 없이 항상 가장 높은 빈도수를 자랑하는 작품은 ‘햄릿’이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라는 문구는 이제 여기저기에서 자주 사용한다. 바로 행동보다는 고뇌에 찬 햄릿의 독백이다. 이와 대등하게 등장하는 소설이 ‘돈키호테’이다. 당시에 기사도 이야기에 빠진 사람들을 풍자하고 있는 이 소설은 돈키호테의 모험을 그렸다. ‘인류의 책’, 진정으로 ‘인간’을 그린 최초, 최고의 소설이라는 격찬을 받았다. 투르게네프가 <햄릿과 돈키호테>라는 글에서 사색형 인간 햄릿과 행동형 인간 돈키호테로 나누었다. 세계를 대표하는 두 작품의 주인공은 대조적이다. ‘세계 책의 날’은 세계적인 두 작가와 관련이 있다. 세익스피어가 사망한 날을 의식한 것은 아니지만 기념일은 일치한다.

 

책의 날의 유래는 에스파냐(스페인)의 카탈루냐 지방에서 책을 읽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던 '세인트 조지' 축일과 1616년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 Saavedra, 1547.9.29 ~ 1616.4.23]와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4.26 ~ 1616.4.23]가 동시에 사망한 날에서 비롯한다. 대작가가 동시에 사망한 것도 특기할 일이다.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은 전 세계에서 스페인어 출판물이 가장 많이 인쇄되는 출판의 중심지라고 한다. 에스파냐는 책과 장미의 축제가 동시에 펼쳐진다.

 

1926년에 "스페인 책의 축제"가 시작되었다. 1931년부터는 세르반테스의 탄생일에서 서거일로 변경된다. 카탈루니아의 수호 성인 상트 호르디 축일과 세르반테스의 서거일이 겹치는 4월 23일에 이 지방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끼리 남성은 여성에게 장미꽃 한 송이를 여성은 남성에게 책 한 권을 선물한다. 두 축제가 "책과 장미의 축제" 하나로 통합된 것이다. 이 축제는 스페인 전역을 넘어서 세계로 확산됨으로써 1995년 유엔에서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로 정하여 기념하고 있다.

 


스페인 국민은 위대한 작가와 성인을 존경한다. 책과 장미를 하나의 연장선상에 놓을 줄 아는 국민이다. 4월 23일은 대문호와 성인이 만나는 날이다. 남자와 여자의 만남의 날이다. 이성과 감성이 만나는 날이다. 그리고 스페인이 세계와 만나는 날이 되었다. 현재 책의 날의 기원이 된 에스파냐를 비롯해 전세계 80여 개국에서 이 날을 기념하고 있다.
이 축제가 성황을 이루게 된 것이 역설적이다. 스페인 독재자 프랑코가 카탈루냐어로 된 출판물을 금지하자 "책과 장미의 축제"는 불법 출판물을 접할 수 있는 기회로 관심을 끌게 된다. 독재자가 사라지자 축제는 더욱 성황을 이룬다.
유네스코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 제정 선언문은 ‘책이 열어주는 이해와 관용의 창구를 통해서만 인류는 공존의 정의가 살아 있는 평화로운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천명한다. 책과 장미는 사람을 위한 꽃인 셈이다.

 

책의 날을 전후로 지구촌에서는 많은 행사를 한다. 영국은 책의 날을 전후해서 ‘잠자리 독서 캠페인’을 벌인다. 한 달간 부모들이 취침 전 자녀들에게 20분씩 책을 읽어주는 일이다. 우리나라도 여러 단체에서 사랑의 책 보내기 운동, 도서관에 책 기증하기, 책 선물하기, 책 읽는 사진전, 독서토론대회, 감상문 쓰기 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벌이고 있다.

 

4월 23일은 세계 책의 날이다. 정확히는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World Book and Copyright Day)이다. 이 날은 1995년 유엔에서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기념일이다. 기념일은 박제된 말이 아니라 살아 숨쉬게 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말이다.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도서관이 세계 책의 날을 살아 숨쉬게 한다.

 

(오수고등학교 최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