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으로 가지 말고 곡선으로 가라 / 전승기
어제 퇴근 길에 아중천 벗꽃 길을 걸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 출발지에서 종점까지 훤히 보이는 길이라면 어떻게 될까?
전주에서 남원까지 전혀 거치적거리는 것 없이 직선으로 뚫려 있다면 어떨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지만
만약 그런 길이 있다면 아마 지루해서 운전하는 맛이 없을 것이다.
얼마나 무료할 것이며... 졸음이 쏟아지거나 사고가 날 것이다.
내가 그런 일을 당했다.
며칠 전(3월 27일) 어머니를 뵈러 남원가는 길에 차사고 가 났다.
남원 사매면 최명희문학관 표지판 근처 2~3km의 직선도로에서
졸음이 무척 쏟아졌고 잠깐 졸았는지 트럭이 앞서 가는 줄도 모르고
내차는 트럭 뒤꽁무니 속으로 파고들었던 것이다.
차는 많이 부서졌지만 앞차 운전자와 나는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길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
앞날을 미리 예측할 수 없기에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만약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의 일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면
살 맛이 나지 않을 것이다.
모르기 때문에 살아가는 것이다.
여기 직선과 곡선의 상징이 있다.
사람의 손으로 빚어 놓은 문명은 직선이다.
그러나 본래 그대로의 자연은 곡선이다.
나뭇가지, 벗꽃, 흐르는 아중천, 기린봉, 해와 달은 다 곡선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만든 집이나 그 밖의 구조물들은 거의 직선이다.
직선은 조급하고 냉혹하고 비정하다.
곡선은 여유와 인정과 운치가 있다.
이와같은 곡선의 묘미에서 삶의 지헤를 터득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어떤 목적을 위해 과정을 소홀히한다면 삶의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가령 차를 타고 어디를 간다고 생각해 보면
가는 동안 많은 사람과 사물을 보면서도
시간을 맞춰 목적지까지 가려는 의식 때문에
도중에 보이는 것들에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다.
목표지점 보다는 그곳에 이르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그 과정이 곧 우리의 일상이자 순간순간의 삶이다.
삶은 미래가 아니다.
매 순간의 쌓임이 세월을 이루고 한 생애를 이룬다.
지금 이 순간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살 줄 알아야 한다.
순간순간 그날그날 내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업을 익히면서 사는 가에 따라 삶이 달라질 것이다.
나의 삶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나와 관계된 사람들의 삶도 달라진다.
누가 나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나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