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꾸러미
3월 21일 춘분날 눈 내리다
전승기
2018. 3. 21. 09:46
새싹 하나가 나기까지는
경종호
비가 오면 생기던 웅덩이에 씨앗 하나가 떨어졌지
바람은 나뭇잎을 데려와 슬그머니 덮어 주고
겨울 내내 나뭇잎
온몸이 꽁꽁 얼 만큼 추웠지만
가만히 있어 주었지
봄이 되고
벽돌담을 돌던 햇살이 스윽 손을 내밀었어
그때, 땅강아지는 엉덩이를 들어
뿌리가 지나갈 길을 열어 주었지
비가 오지 않은 날엔 지렁이도
물 한 모금 우물우물 나눠 주었지
물론 오늘 아침 학교 가는 길
연두색 점 하나를 피해
네가 ‘팔딱’ 뛰었던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말이야
~~~~~~~~~~~
오늘이 3월 21일...춘분
새벽부터 눈이 내린다.
3월 중순에 눈이 내리다니....
나무마다 흰색 모자를 썻다.
피어난 매화도 눈을 맞고
꽃망울 진 개나리도 눈을 맞고
차갑다 비명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봄이 와서 꽃이 피는게 아니라
꽃이 피어나기 때문에 봄이라는 사실....
꽃이 없는 봄을 우리는 상상할 수 있겠는가?
만일 이 대지에 꽃이 피지 않는다면
봄 또한 있을 수 없을 것이다...